군사무기 및 지식

[스크랩] 미슬 수직사출 발사기술 개발

수리사바하요 2006. 3. 31. 23:19

지금까지 유도탄은 비행체의 추진제를 연소시켜 발사해 왔다. 비행체에서 내뿜는 연소가스 때문에 발사장은 온통 화염에 휩싸이기 마련이었다. 이 화염으로 인하여 발사장비 손상은 물론 이를 줄이기 위하여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장비가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다. 우리 팀은 오랫동안 추진제 연소가스로 인한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각도로 고심해 왔다. 우리는 마침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직사출발사기술 개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기술은 선진국에서도 노출을 꺼려하는 첨단핵심기술로서 개념정립에서 개발까지 단기간에 성공적으로 수행하여, 당당히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되었다. 종전의 고전적인 유도탄 발사개념을 획기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술을 우리도 독자적으로 보유하게 된 것이다.

수직사출발사 기술은 비행체를 요구 높이까지 올린 후 비행체에 내장된 추진기관을 이용하여 방향을 전환하고 정상비행을 시작하도록 하는 일련의 과정 중, 비행체가 발사관에서 사출되어 일정 고도에서 안정된 자세로 추진기관이 점화될 수 있도록 해 주는 기술이며, 이는 완벽한 기능과 신뢰도를 요구한다. 이러한 기술을 우리 연구소가 확보하게 됨으로써 향후 각종 수직발사 유도무기 체계개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도탄 수직사출 후 방향전환과 비행 개념도
 

대부분의 연구개발이 그러하듯이 번뜩이는 작은 아이디어나 하찮은 정보 하나가 연구 개발에 큰 결실의 기초가 되는 예가 허다하다. ’93년도 중반에 군사 간행물인 “Military Parade”에 실린 ‘cold launch’ 라는 용어가 사업을 추진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우리는 유도무기 발사는 hot launch(일명 추력발사) 방식이 전부인 양 알고 있었으나, 이를 통하여 cold launch(이하 사출발사)라는 새로운 발사 방식에 눈을 뜨게 된 것이다.
이 기술은 선진국에서 노출을 꺼려하고 있었기 때문에 관련 기술확보가 용이하지 않아 애를 먹고 있던 차에 우연히 해외주재원 활동보고 자료를 통하여 유사한 내용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기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긴급히 관련 부서와의 협조 하에 과제를 도출하여 그 기관과 공동 개념연구를 수행하게 되어 소규모 예산으로 기본이론, 개념, 모델링 및 해석 등의 기술을 확보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렇게 획득한 개념적인 기술만을 갖고 개발 계획중인 지대공 유도무기 체계의 발사장치에 곧바로 적용하는 것은 너무 위험요소가 많다고 판단하여, 체계개발 착수 전에 사출발사 기술을 시험개발하기로 결정하였다. 이후 선진 여러 나라의 기술동향을 파악하고 개발 관련 기술협력 가능성 등의 정보를 확보한 후, 한 기관을 선정하여 기술협력을 모색하였다. 그 외국기관은 초기 협상에서 우리 예상보다 10배나 초과되는 금액을 제시하였다. 우리는 주어진 자원범위 내에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하여 사전에 확보했던 관련이론과 지식을 가지고 끈질긴 노력을 기울여 수차에 걸친 협상 끝에 불가능해 보였던 기술협력 협상을 계획된 예산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도록 하였다. 협상과정을 통하여 조금이라도 알고서 임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과의 차이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함을 새삼 깨달았다.

사출발사 방식은 발사관 내벽에 설치되어 있는 실린더에 의해 유도탄을 발사관 밖으로 끌어내는 캐터펄트(Catapult) 방식과 발사관 자체가 압력을 받는 실린더 역할을 하면서 유도탄을 밀어내는 포미압력(Obturator) 방식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포미압력 발사방식이 최신 사출발사 방식이다.

캐터펄트(Catapult) 방식과 포미압력(Obturator) 방식
 

최초 본 시험개발 과제를 계획할 당시에는 캐터펄트 방식으로 사출발사 개념을 잡았다. 그 당시 선진국에서 개발된 대공유도 무기체계에 채택된 방식이 캐터펄트 방식이었기 때문에 이 방식을 개발키로 계획을 수립하였다. 그러나 개발 초기에 선진국에서 포미압력 방식을 개발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였다. 이러 저런 노력 끝에 마침내 대략적인 개념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 정도면 처음이지만 우리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우리가 개발할 사출발사 기술이 앞으로 수년 간의 개발기간이 경과한 후에 사용될 기술이므로 최신의 사출방식을 개발하지 않고서는 기술협력의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여 기술협력에 대한 재협상과 계획 변경을 추진하였다. 물론 이 과정에서 ‘선진국에서도 개발되지 않은 기술을 국내에서 개발할 수 있을까’ 하는 부정적인 견해를 갖는 연구원들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 동안의 개발 경험과 기 획득한 기본기술을 바탕으로 자신감과 확신이 있었으며, 동시에 예상치 못한 위험요소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하는등 빈틈없이 준비하여 개발 계획을 수정 건의하였고, 포미압력 사출방식의 계획변경에 대한 승인이 이루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원하는 사출발사 방식으로 기술협력 계약은 되었지만, 기술협력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통역을 통한 의사소통으로 우리는 기술접근에 한계가 있었다. 또한, 사업이 착수된 후에 사출발사 방식이 변경되어 개발 일정이 매우 촉박해지게 되었다. 계획된 사업일정에 맞추어 나가기 위해서는 개념기술만을 갖고 상세 설계를 해 나가지 않으면 안되었다. 사출장치 핵심부품인 발사관, 바이패스 튜브, 고정튜브, 후방덮개, 사출판, 가스발생기 등의 설계 및 시험, 시제품 제작, 모사시험, 기본적인 안전도확인 시험 후 ’01년 가을에 최초로 사출시험을 실시하기로 하였다. 사출시험장은 다락대 시험장으로 확정하고 시험장건설과 시험에 필요한 사출시험대, 발사장치 및 시험계측 등의 시험기법도 동시에 개발해 나갔다. 준비 과정을 통하여 경험 부족을 절실히 느꼈지만, 연구원들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어려운 점들을 하나씩 극복할 수 있었다. 수 차례에 걸친 전산모사 해석, 모델 수정, 프로그램 수정 및 확인과정을 통하여 요구되는 사출성능을 예측하고 준비된 안전 회수 지역에 비행체가 낙하할 것이라는 것을 예측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 실시하는 사출시험이라서 많은 걱정이 앞서 우리 팀은 속이 타는 듯 하였다. 드디어 카운트다운은 시작되고 사업책임자를 비롯한 모든 참석자들이 숨을 죽이고 발사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출 모사시험과 사출시험 장면
 


“발사전 …, 3초, 2초, 1초, 발사!”와 함께 힘차게 발사장치를 이탈한 비행체가 하늘높이 솟구쳐 올랐다가 안전 회수지역에 사뿐히 낙하하는 것을 바라보고 우리는 잠시 넋을 잃고 있다가 모두 큰 박수를 치고 함성을 지르며 함께 서로 얼싸안으면서 최초의 사출시험 성공을 자축하였다. 사출시험 후에 계측데이터를 확인한 결과, 사출가속도, 속도, 고도, 발사관 압력 등이 시험 전 성능예측과 거의 일치하고 있었다. 최초 사출시험 전 우리가 가졌던 일말의 불안감과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는 순간이었다.

최초 사출시험의 성공을 바탕으로 사출발사 개발에 더욱 자신감을 갖게된 우리는 본격적으로 상세설계와 제작에 돌입하여 사출장치 핵심부품인 제동장치, 탄 지지대, 전방덮개, 배꼽분리기구 등 요소부품의 작동기능을 확인하는 개발과정을 수행하였다. 사출장치의 핵심은 발사관에서 비행체가 사출할 수 있도록 발사관에 압력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때 가스발생기에서 순간적으로 나오는 고압은 밀폐된 공간에서 폭발할 수도 있기 때문에 초기에 최적의 압력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하여 발사관 바이패스부는 초기에 가스가 배출되고, 비행체가 발사관에서 일정량만큼 움직인 이후는 곧바로 가스 누출이 작아져야 하는 구조로 발사관이 설계되어야 한다. 가스배출 면적이 너무 크면 가스가 밖으로 새나가 비행체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거나 요구 성능을 만족시키지 못할 것이고, 너무 작으면 압력을 받는 발사관이 큰 손상을 받게 될 것이다. 또한 이 가스배출은 초기 비행체가 받는 충격 가속도를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발사관 앞덮개를 비행체 첨두부와 부딪히지 않도록 미리 파괴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가스발생기의 추력, 바이패스의 크기 및 앞덮개의 파단압력 기준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최적점을 찾아내는데 어려운 점이 많았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후에 만족할 만한 설계조건을 찾아내었고 이후에 수행된 기본성능, 종합성능 및 환경성능 사출시험에서도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뒷 줄 좌측부터: 오승종, 김일수, 심우전, 이학렬, 이우진
----앞 줄 좌측부터: 홍길호, 김지철, 한동엽, 하재훈


외국의 기술협력 기관에서는 사출장치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50~60회의 사출시험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우리의 경우는 단 9회의 사출시험을 통하여 요구성능을 만족하는 사출장치의 설계 규격을 도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앞으로 ‘체계 적용 가’ 판정을 위한 기술시험을 남겨놓고 있지만. 이렇게 단기간에 적은 시험만으로 달성한 성과는 소수의 인원이지만 최선을 다한 연구원들의 헌신적인 희생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개발에 참여한 연구원들 모두 그동안 사출 시험을 하느라 장기출장을 마다하지 않고 시험장 벌판에서 한여름 뙤약볕과 한겨울 눈보라를 이겨내며 고생한 노고에 깊이 감사 드린다. 또한 가스발생기를 개발하여 우리에게 적기에 제공해 준 기술연구본부 연구팀과 사출시험장 건설 및 시험에 적극 지원을 아끼지 않은 다락대 시험장 여러분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아직 최종 마무리 단계가 남아 있지만 사업의 고비 고비마다 결단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고 적극 후원하여 주신 결심권자 및 모든 분들께, 그리고 우리의 설계를 적극 수용하여 멋진 시제품을 제작해 준 시제업체 관계자 여러분과, 또한 군 관계자 여러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출처 : 어랑의 거친 항해일지
글쓴이 : 어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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