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02 핵심기술 종료과제들의 무내미 시리즈 게재를 위한 원고 청탁을 받고 의자에 깊숙히 몸을 맡기고 조용히
두 눈을 감았다. 유난히 사업승인 과정이 힘들었던 과제, 시작단계에서는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이 분야가 이제는 기반 기술을 구축하고 국내 연구
개발하는 차세대 전투기(KFX), 차기고속정(PKX), 차기구축함(KDX-III) 등의 항공 및 함정 무기체계 개발에 적용하는 정도의 수준으로
도약하기까지 힘들었던 많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 |
스텔스란 레이더, 적외선, 음향, 광학, 자기 탐지 등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탐지 장비에 대한 피탐지성을 낮추는
의미이나, 좁은 의미로 대표적인 능동형 전천후 탐지 장비인 레이더에 대한 피탐지성을 낮추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90년대 초반에 걸프전에서
스텔스 전투기인 F-117이 첫 선을 보여 생존성과 임무 완수도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인 뒤에 한동안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스텔스’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회자되는 화두가 되었다. 당시 우리 연구소는 미국의 록히드사의 도움을 받아 자체적인 고등 훈련기 탐색개발을 수행한 직후로써 항공기의
설계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기 시작한 때였으나, 현대 무기체계의 가장 필수적인 스텔스 기술은 전무한 시기였다.
스텔스 기술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한 국과연은 해당 부서별로 이에 대한 연구를 준비하기 시작하였으며, ’96년 1월에 국방부, 공군, 해군, 그리고 국과연의
관계관들이 모여 한국적 상황에 적합한 스텔스 무기체계 연구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기로 하고 본격적인 연구 착수 준비에 들어갔다. 스텔스 분야를 기만
대상 센서에 따라 레이더 단면적(RCS : Radar Cross Section), 적외선(IR : Infrared) 신호,
음향(Acoustics) 등으로 구분하고, 스텔스 구현방법으로는 적용 대상 무기체계의 형상설계와 구조설계, 그리고 재료개발 등이 고려되었다.
3체계개발본부에서는 형상설계와 구조설계를 통한 ‘저피탐지 비행체 설계기술 연구’를, 2체계개발본부에서는 ‘함정
RCS 축소기술 연구’를, 그리고 기술연구본부에서는 ‘전파흡수 재료개발 연구’를 독립적으로 수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과제 검토과정에서 국방부
획득실무협의회의 스텔스 관련 과제의 통합 수행 결정에 따라 3개의 응용연구는 통합되어 “스텔스 형상설계기술/재료개발”로 수행하게 되었다.
|
 |
 |
이러한 과정 속에서 어느덧 해는 바뀌어 ’99년도가 되었다. ’97년 말에 발생한 IMF 영향으로 연구개발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이나 연구의 중요성에 비추어 사업은 추진하되 축소하여 진행한다는 연구소 지휘부의 방침에 따라 인력과 예산이 기존 계획에 비하여
대폭 감축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99년도 7월에 과제가 승인되어 시작되었으나, 계획대비 인력 축소가 큰 폭이었던 데다가 7월 승인으로
이미 반년이 지나서 연구기간 4년의 계획이 자연스럽게 3년 6개월로 축소되었기 때문에 막상 과제가 시작되자 참여 연구원들의 일과는 더욱 바빠지게
되었다. | |
그동안 3체계개발본부에서는 영국, 미국 등 항공선진국의 선진 항공기 설계기술을 접하고 그들의 체계화된 설계 절차를
습득하면서 우리도 이러한 항공기 설계 프로그램을 가져야 되겠다는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었다. 항공기 설계는 설계 초기단계부터 여러 설계분야가
밀접하게 관련되므로 설계 자동화 환경의 구축과 이를 위한 통합환경 설계 프레임워크의 개발이 필요한데, 특히 항공기 개념 및 기본설계 단계에서는
다양한 형상에 대하여 빠른 시간 내에 반복적인 설계와 해석을 수행하여야 하므로 통합설계시스템의 필요성이 절실히 요구된다. 일반적으로
‘스텔스(RCS 감소) 형상설계’라고 하면 RCS 예측기술을 떠올린다. 그러나 RCS 예측기술이 필요한 핵심기술 임에는 틀림없지만 RCS
예측기술을 확보했다고 해서 스텔스 항공기를 설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비행체 관점에서 RCS 감소 형상설계의 핵심은 RCS 감소
성능과 비행성능이 우수하도록 RCS와 공기역학 관점의 상쇄(Trade-off)연구를 통해 최적의 형상을 설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분할과제의 하나인 ‘저피탐지 비행체 형상설계 연구’의 목표는 자연스럽게 저피탐 능력과 양호한 비행특성을 갖는 비행체 형상설계 소프트웨어 및
기술을 개발하는 것으로 설정되었다. 소프트웨어의 핵심이 되는 RCS 해석 및 기타 해석 부분은 국과연의 연구원이 직접 수행하고,
GUI(Graphic User Interface), 상용 CAD를 이용한 항공기 형상구현, 해석 프로그램간의 인터페이스, 각종 항공기 설계에
필요한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의 업무는 아웃 소싱하여 수행하기로 하였다. |
 |
그러나 일반 소프트웨어와는 달리 항공기 설계 업무에 관련된 전문 프로그램을 개발한 경험이 없는 국내 실정에서
적절한 업체를 선정하는 것이 큰 난제로 대두되었고, 특히 연구소에서 이러한 설계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하여 업체에 용역을 준 사례가 거의
전무하여 ‘소프트웨어 개발 용역을 왜 국과연이 하지 않고 업체에 주는가?’하는 곱지 않은 시선에 업무를 진행하는 입장에서 매우 난감해 했던
기억이 난다. 더구나 그 당시 다른 사업에서 시제업체 선정 결과에 불복하여 민원을 제기한 사건이 일어나 업체 선정에 매우 조심스런 분위기였으나,
업체 우위 분야의 기술을 과감히 아웃 소싱하여 활용한다는 개념으로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하였다. 그러나 업체에서는 IT기술은 가지고 있으나
비행체 관련 기본 용어도 잘 모르는 실정이라 연구원들이 해석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나가는 동시에 비행체 관련 기본 개념을 업체 개발자에게
설명하고 이해시키며 최신 상용 소프트웨어의 기능을 이해하여 업체에게 이를 이용한 프로그램 작성을 독려해야 하기 때문에 연구원들의 업무는
배가되었고 고생스런 나날의 연속이었다.
|
 |
RCS감소 비행체 형상설계
S/W구성도 |
|
소프트웨어의 개발이 막바지에 이른 ’01년도 말부터는 개발한 공력해석 및 RCS 해석 모듈의 정확도 검증과 보정을
위한 풍동시험과 RCS 전도체 측정시험을 수행하게 되었다. 기술개발본부에서 보유하고 있는 콤팩트 레인지를 이용하여 시험한 RCS 측정시험에서
시험결과가 미리 예측한 결과와 잘 일치하는 것으로 나오던 당시의 희열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마침내 우리가 원하던
항공기 통합설계 프로그램은 현재 개발 완료되어 MADE(Multidisciplinary Aircraft Design &
Evaluation)로 명명되어 한국형 전투기, 무인기 형상설계 및 해석에 쓰이고 있다. 한편 ’90년대 중반 이후 기존 함정의 도태와
국내에서 건조되는 신조함정에 대한 종합적인 스텔스 설계가 지속적으로 요구되었으나, RCS 감소설계 분야는 국내 기술기반 부족으로 인해
해외기술용역으로 추진되었다. 이로 인해 함정 설계 및 건조 단계에 걸쳐 약 8억 원의 기술용역비가 해외로 유출되었으며, 기술용역사의 미덥지 않은
결과 관리로 인해 함정 RCS 신호형상의 은밀성도 확보되지 못하였다. |
 |
2본부는 과제 착수부터 전자파특화센터를 활용하여 함정에 대한 RCS 예측 및 분석 알고리즘을 연구하였으며, 이와
더불어 독일 연구기관에서 개발한 상용 소프트웨어와 관련 핵심기술 및 경험을 이전 받아 독자적인 소프트웨어 개발과 대군 기술지원에 활용하고자
하였다. 계약 후 독일 연구원이 한국과의 프로젝트 수행의 어려움으로 병원에 입원하는 사태가 발생하였고 그 중 한 명은 직장을 옮기기까지 하여
독일 연구원들 사이에 한국 프로젝트에 참여를 꺼리는 분위기가 퍼지기도 하였다. 초기에 국내 기술과 경험의 부족으로 해외 기술용역사의 결과와
수행방안을 그대로 받아들이던 함정 RCS 감소설계 분야는 현재 그들의 결과를 검증하고 오류를 지적하는 수준으로 발전하였다. 우리가 기술이
있어야만 유리한 입장에 서고 요구할 수 있는 것도 늘어나며 이야기에 힘도 실린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게 되었다.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해군이
건조 진행 중인 각종 함정(KDX-Ⅱ, LPX, KDX-Ⅲ)에 대한 RCS 감소설계 기술지원을 수행하였으며, 그동안의 경험 및 기술력을
해군으로부터 인정받아 금년도 하반기부터 차기고속정(PKX) 기본설계를 독자 수행하게 되었으며, 해군의 요구에 따라 차기호위함(FFX)과
KDX-Ⅲ 상세설계에 대한 독자 지원을 추진 중에 있다. 스텔스 능력을 구성하는 주요한 분야로서 전자파를 흡수하는 재료의 개발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1997년, 스텔스 재료개발에 착수하기 직전, 국내의 한 중소기업체가 성능이 우수한 전파흡수재를 이미 개발 완료하였으니
별도의 연구개발이 필요치 않다는 민원을 국방부에 제기하면서부터 시련이 시작되었다. 이 주장이 과장된 것으로 공식적으로 확인되기까지 2년여의
세월을 허비하였고 그 사이 어렵게 구성되었던 연구팀은 연구소 구조조정과 맞물려서 타부서로 뿔뿔이 흩어지는 아픔을 겪었다. 그 후에도 스텔스
기술이라는 은밀성을 앞세워서 국내외 개인이나 회사로부터 심하게 과장된 제안들이 거의 매년 접수되고 있다. 연구개발에 착수하기 전부터 이러한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오히려 성능이 우수하고 실용적인 스텔스 재료를 반드시 독자 개발하고야 말겠다는 오기가 새삼스럽게 불타올랐다. 투지가
너무 앞선 탓이었는지 3개 주파수 대역에 걸쳐서 90%이상 흡수능을 발휘하는 초광대역 전파흡수재를 개발하겠다는 야심찬 연구 목표를 수립하게
되었고, 이를 달성하기까지 나날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힘겨운 노력의 연속이었다. 회로망 분석기를 기반으로 하는 자유공간 전파흡수능 측정시스템을
구축하고 다층재료에 대한 전파흡수능 예측 프로그램을 작성하였는데, 이 예측 프로그램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 무기계, 유기계 및 금속계 물질 등
총 300여 종에 대한 재료정수를 측정하여 데이터 파일을 구축하게 되었다. 이밖에도 도전손실, 자성손실, 분극손실 기구를 모두 갖춘 고성능
전파흡수 신물질 개발을 위해 아닐린계 전도성 고분자와 안트라닐산 고분자 중합체 주쇄에 나노미터 크기의 페라이트 입자를 곁가지로 붙인 나노구조
신물질 설계 및 합성 기술을 개발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3건의 신물질 특허를 출원하였다. 이러한 준비과정을 거쳐서 드디어 3개 이상의
주파수대역에 걸쳐서 90%이상 흡수능을 발휘한다는 당초 연구목표를 충분히 만족시키는 광대역 전파흡수재료를 설계할 수 있게 되었다.
|
 |
|
RCS 예측코드와 측정시험 결과비교 |
|
그러나 스텔스 재료로서의 진가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단순히 재료자체의 전파흡수능 측정 결과만으로는 부족하고 실제
무기체계에 적용하여 레이다 반사 단면적(RCS) 감소효과를 입증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1차적으로 전파암실에서 F-4 항공기 축소 모델을
이용하여 레이다파 주요산란 부위를 진단하고, 여기에 전파흡수재 시제품을 선별 적용한 결과 RCS가 크게 감소하는 것을 확인하고, ’01년
4월에는 공군과 합동으로 F-4 실물항공기에 대한 전파흡수재료 적용성 시험을 실시하였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실 항공기 적용시험이어서
‘기대한 만큼의 스텔스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어쩌나’하는 불안감도 떨쳐버리기 힘들었다. 연구팀 각자가 구역을 정해 주야로 일주일 가까이 고생한
끝에 RCS 측정 준비를 마치고 매 각도마다 항공기 위치를 조금씩 이동시켜 가면서 측정하는 지루한 과정을 반복하여 각 방위각별 RCS를 측정하여
실험실에서 분석한 결과, 마침내 실물 항공기에서도 전파흡수재료를 선별 적용할 경우 RCS가 크게 감소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때까지
반신반의하던 주위의 시선이 일거에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이 시험결과는 공군 자체 보고라인을 통해서 참모총장께 긴급 보고되었고 이후부터는 공군의
요청으로 유사한 시험을 몇 차례 더 실시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비로소 스텔스기술의 실체에 일부나마 접근하게 되었고 앞으로 이를
더욱 확대 적용 및 발전시키기 위해 지금도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
IMF로 인하여 축소된 예산과 인력 하에서 참여했던 국과연 개발인력, 업체 및 관련기관의 적극성과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욕 그리고 잘 짜여진 팀웍으로 사업을 성공적으로 종료할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
|
스텔스 형상설계기술/재료개발 연구팀원
일동 |
-----------좌측부터: 배근식, 정경진, 강인모, 박민우(3-3부장),
유흥철, 안준모, 김명성(3-3-2팀장), ---------------------김근홍(기술-5-5팀장) |
본 응용연구를 통하여 저피탐지 비행체 형상설계 분야뿐만 아니라 함정 분야에서도 RCS예측/분석 능력을 확보하고
이의 적용연구를 통하여 RCS 형상 통제 기술 기반을 구축하였으며, 재료 분야에서도 선진국 수준의 광대역 전파흡수재 개발 기술을 자체 개발하여
확보함으로써 우리도 스텔스 분야에서 독자적인 기술을 보유하게 된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느끼며, 이를 위하여 불철주야 노력해 준 참여 연구원
모두에게 뜨거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제 응용연구 결과를 실 항공기에 적용하여 그 유용성을 검증하고 명실상부한 스텔스기술 기반확립을
위한 시험개발 과제 착수 단계에 있으며, ‘체계 적용 가’ 판정을 받아 성공적으로 사업을 완료하기 바라며, 우리 손으로 만든 스텔스 비행체가
하늘을 비행하는 그 날까지 이 열정과 노력이 계속되길 빌며 이만 이야기를 접고자
한다. | |